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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GM 작년 9000억 적자 … 4년간 손실 합하면 3조 육박

산은은 드라마틱하게 나빠진 한국GM의 재무구조를 ‘경영 불능’ 상태로 진단했지만 상급기관인 금융위원회에 이 같은 사실을 보고하지 않았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지난해 7월부터 기업 구조조정 업무를 담당해 왔지만 한국GM 신용등급 추락 사실과 평가 내용에 대해 산은으로부터 들은 바가 없다”고 말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해 12월 카허 카젬 한국GM 대표에게 직접 경영 개선대책 등 8가지 요구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 보고서대로면 산은은 독자적인 의사결정권이 없고 경영 개선대책조차 세우지 못하는 실정을 파악하고서도 한국GM에다 대책을 요구한 게 된다. 실효성 있는 협상을 하려면 의사결정권이 있는 미국 GM 본사와 협상해야 했지만 이 회장은 한국GM을 찾아가는 데 그친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지난달 GM 측의 군산공장 폐쇄 조치를 맞게 됐다.

산은은 또 한국GM의 재무 관리 체계가 비정상적이라는 점도 파악했다. 보고서에는 “재무 관리를 자금담당자 개인 역량에 의존하고 있다” “재무·자금 관리 자료 일부가 불확실해 투명성이 떨어진다”고 적시했다. 체계적인 회계시스템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을 분명히 인식한 것이다. 특히 산은은 향후 한국GM의 유동성이 나빠지면 정부가 지원하게 될 수 있다는 점도 알고 있었다. 산은은 한국GM에 대해 “국민 경제적 중요도는 보통 수준이지만 정부 지원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평가했다.

한편 한국GM의 신용등급이 ‘CCC’라는 것은 산은이 원칙적으로는 추가 대출을 할 수 없는 상태란 의미다. 지난해 추정 영업손실이 8000억원 수준으로 악화된 상황을 반영하면 신용도는 더욱 하락했을 수도 있다. 앞으로 산은이 자금 지원 결정을 내리는 데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구조조정 전문가는 “산은이 ‘CCC’ 등급인 곳에 대출했다가는 감사원 감사에서 지적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합리적인 예외 사유를 제시하면 대출을 할 수도 있지만 그 합리성은 기준이 모호해 산은으로서는 고민일 것”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산은이 한국GM 신용평가 과정에서 얻은 정보를 토토 먹튀가이드 바탕으로 2대 주주로서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했어야 했다고 지적한다. 산은이 “GM 측 협조가 없었다”는 이유로 관리 소홀 책임을 회피해선 곤란하다는 것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산은이 보유한 한국GM의 지분 17%는 감시 기능을 다하기에 절대로 적지 않다”며 “회계자료 열람이나 주주 감사 요구 등에 협조하지 않았다면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자세로 주주의 권리를 요구했어야 했다”고 강조했다.

안상희 대신지배구조연구소 본부장도 “산은이 ‘경영자의 위기 대응력이 낮고 재무 관리가 부실하다’는 실태를 파악했다면 이를 산은이 추천한 사외이사들에게도 알렸는지가 중요하다”며 “만약 사외이사들도 알고 있었다면 이사회에서 경영진 교체 등 개선책을 적극 제시하려는 노력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산은 관계자는 “산은은 GM 측에 경영 개선책을 요구하는 등 ‘소수주주’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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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목 현상..도로 아닌 철도에도 존재